기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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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에는 소멸 ... 기후변화가 위협하는 한반도의 식물 다양성

임정섭
2025-04-11
조회수 901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예측이 아닙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의 섬 지역에서는 이미 생물종의 분포가 변화하고 있으며, 멸종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1년 연구는 백령도, 덕적군도, 울릉도 세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식물종의 미래 분포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고, 계통학적 식물 다양성(PD)의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종 수 변화뿐만 아니라, 계통학적 식물 다양성(PD)을 고려한 이번 연구로 인해 식물 다양성 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 기후변화 시나리오: SSP126에서 SSP585까지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미래를 상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연구진은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네 가지 SSP 시나리오(SSP1-2.6, SSP2-4.5, SSP3-7.0, SSP5-8.5)를 바탕으로 도서 지역의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탄소 감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SPP1-2.6)에도 2100년까지 2.2~2.4°C의 온도 상승이 예상되며, 가장 극단적인 경로인 SSP5-8.5에서는 5.9°C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경우 강수량이 최대 283mm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식물의 생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섬의 식물종, 어디로 가는가: 종 분포 예측과 취약도 분석

Maxent와 Proto3 같은 종 분포 모델을 통해 연구진은 906종의 식물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 81종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고, 62종은 탄소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만 소멸할 가능성이 분석되었습니다. V급-소멸형과 V급-감소형, 즉 가장 취약한 등급으로 분류된 종이 132종에 달했습니다. 

I급-유지형 식물에는 쑥(Artemisia princeps), 두메부추(Allium dumebuchum), 개나리(Forsythia koreana) 등이 있었으며, II급-감소형 식물에는 새끼노루귀(Hepatica insularis), 오동나무(Paulownia coreana)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야생조류의 먹이원이 되는 느릅나무(Ulmus davidiana)가 IV급-감소형, 식용 식물 자원인 방아풀(Isodon japonicus), 산딸기(Rubus crataegifolius), 멀꿀(Stauntonia hexaphylla) 등이 V급-소멸형으로 드러나 식물 다양성 상실이 생태계 기능 저하와 잠재 식량 자원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더했습니다.

▲ 느릅나무(Ulmus davidiana) 열매. (국립생물자원관)

▲ 방아풀 (Isodon japonicus). 어린순은 식용하며, 전초는 약용한다.  (국립생물자원관)


| 기후변화로 인해 낮아지는 ‘식물 다양성’

단순히 종의 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생물 다양성의 상실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연구진은 DNA 바코딩 기반의 계통도와 분포 예측을 결합해, 종 간 진화적 관계를 반영한 ‘계통학적 식물 다양성(PD, phylogenetic diversity)’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세 도서 지역 모두에서 PD 지수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백령도는 현재 PD 지수가 13.33으로 가장 높지만, 모든 SSP 시나리오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사라지는 식물의 초상, 필요한 대응은 무엇인가

이번 연구 결과에서 세 도서 지역의 총 81종이 V급-소멸형으로 분류된 것은 기후 변화가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생물 다양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결과입니다.

한편, 연구 결과는 인류의 기후 대응에 따라 미래 생태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시사합니다. SSP 시나리오에 따라 소멸 여부가 달라지는 감소형 종들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울릉도의 경우, SSP1-2.6에서는 135종이 감소형으로 예측되었으나,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그 수가 176종까지 증가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감소형 종'들이 많다는 사실은 탄소 저감 정책이 시급함을 알립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의 생존 가능성과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실질적인 행동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선택은 우리의 생태계, 더 나아가 인간 삶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 참고문헌

국립생물자원관. (2021).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평가 및 변화 예측 연구(1차년도). 환경부. NIBR2021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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