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연구

기상 현상, 기후 변화, 기후 대응 등의 연구 소식을 전달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역설 - 사라지는 계절과 극단화되는 기온 변동폭

박동영(기후과학)
2025-11-20
조회수 1011

  • '한여름 같은 9월, 초겨울 같은 11월' - 극단적 기온 변동폭의 원인은?

한국 기상청(KMA)이 발표한 ‘2025년 9월 기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국의 9월 평균기온은  23.0℃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역대 2위를 기록하였다.  역대 1위를 기록했던 지난 2024년의 9월 평균기온은 24.7℃로, 이는 서울 기준 무려 ‘7월 중순’의 일평균 기온에 해당하는 수치이므로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가 된다. 10월 중순까지는 잦은 비와 함께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낮기온이 25도를 웃돌며 가을의 초입보다는 사실상 여름의 끝 무렵에 가까운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절기 상강(霜降)을 나흘 앞둔 10월 19일, 정체전선에 의한 마지막 기압골이 통과한 후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강하게 남하하며 전국의 기온이 급강하하였다. 이틀 뒤인 10월 21일 서울의 일 평균기온은 무려 9.2도까지 곤두박질쳤는데 이는 11월 중순 평년에 해당하는 기온으로, 초겨울 날씨에 해당한다. 가을이 제대로 오지 않고 더디게 흐르던 계절의 시계가 하루 만에 늦여름에서 초겨울로 순식간에 역전해버린 것이다. 2021년 10월에도 기온 변동이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례적인 '10월 중순 한파특보' 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는, ‘가을’ 이라는 중간 단계 없이 여름에서 겨울로 바로 넘어가는 기온의 ‘극단적 변동성’ 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며 2020년대에 들어 그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온의 극단적인 변동폭을 만드는 기후학적인 원인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북극 진동(arctic-oscillation)에 의한 극 제트기류 붕괴, 두 번째는 블로킹(Blocking) 이다.

 

 • 지구온난화의 역설 - 지구는 따뜻해지지만 겨울은 훨씬 더 추워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평년 편차(Temperature-Anomaly)의 상승으로, 지구의 기후는 시간이 갈수록 폭염은 증가하고 한파는 감소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산업화의 시작인 1850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의 전 지구 평균기온, 연간 최고기온 극값(TXx), 연간 최저기온 극값(TNn)의 변화를 각각 나타낸 것이다. 전 지구 평균기온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고, 연간 최고기온 극값(TXx) 또한 증가추세에 있다. 그래프 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연간 최저기온 극값(TNn) 또한 1970년대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에는 편차값이 +3.0℃에 달하고 있다. 연간 최고기온 극값(TXx)의 변화보다 연간 최저기온 극값(TNn)의 변화가 더 크다는 건,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증가하는 정도보다 한파가 감소하는 정도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즉, 지구온난화는 한파(이상 저온)의 빈도와 강도에 대해 '빠르게 감소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IPCC-AR6에 따르면, 한파의 빈도와 강도는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건 맞지만 지역적으로는 제트기류 변동, 극소용돌이(Polar Vortex),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 등 대기 순환의 불안정성에 의한 강한 한파가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한파의 빈도와 강도 모두 감소하지만, 한파가 찾아오는 양상이 매우 불규칙적/국지적으로 변하면서 지역에 따라 심각한 기온 변동폭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 극단화되는 기온 변동폭의 원인 I - 북극 진동(Arctic-Oscillation)의 관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한파, 즉 이상 저온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기후학적으로 크게 2가지 원인에 따라 각각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 메커니즘은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 현상에 의한 극 제트기류(Polar Jet-Stream)의 붕괴이다. 기본적으로 북극 진동 현상에는 양(+)의 북극진동과 음(-)의 북극진동이 있다. 양의 북극진동은 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 사이의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며 대기 상층에서 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인 제트기류가 강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강화된 제트기류는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므로 이 기간에 극단적인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75aba0055d10c.png반면, 음의 북극진동은 북극 지역의 이상 고온 등의 원인으로 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 사이의 온도차가 줄어들며 제트기류가 느슨하게 약화 후 붕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약화된 제트기류는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사행하며 지역에 따라 이상 고온 혹은 이상 저온을 불러일으킨다.이렇게 음의 북극 진동으로 약화된 제트기류가 사행하며 중위도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기상학계에서 '편서풍 파동(Westerly-Wave)' 으로 부르고, 로스비 파(Rossby-Wave) 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 편서풍 파동의 마루(북쪽으로 볼록한 부분)에 걸친 지역에서는 고기압이 발생하고, 남쪽에서 강하게 올라오는 난기의 영향을 받아 이상 고온(폭염)이 발생한다. 평상시와 달리, 열대성 저기압을 막아줄 찬 공기가 부재한 상태이므로 저위도 지역으로부터 슈퍼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반면, 편서풍 파동의 골(남쪽으로 볼록한 부분)에 걸친 지역에서는 한기를 동반한 저기압이 발생하고, 북극에서 발원하여 남하하는 한기의 영향을 받아 이상 저온(한파)가 발생한다. 

 

                                                                                 

 

이때 북극 기온이 올라 음의 북극 진동 경향이 더 강해질수록, 이 파동의 진폭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 내에서도 극단적인 한파와 극단적인 폭염이 교차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파동의 진폭이 남북으로 크게 벌어지게 되면 남쪽의 난기는 더 고위도로, 북쪽의 한기는 더 저위도 지역으로 파고들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원래 더웠던 저위도 지역에 난데없이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극단화되는 기온 변동폭의 원인 III - 블로킹(Blocking) 현상의 관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한파와 이상 저온이 발생하는 두 번째 메커니즘은 '블로킹(Blocking)' 현상이다. 음의 북극 진동이 심화되어 편서풍 파동의 진폭이 커지면 파동에 속해있던 고(저)기압이 절리고(저)기압의 형태로 따로 빠져나오게 된다. 파동에서 빠져나온 절리 고(저)기압은 주변의 기압계 흐름을 방해하여 편서풍 파동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파동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날씨 또한 긴 시간동안 정체된다. 즉, 파동의 골 부분에 걸린 지역에서는 혹독한 북극 한파가, 마루 부분에 걸린 지역에서는 역대급 고온 현상이 수 일에서 최대 수 주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음의 북극 진동이 '편서풍 파동' 자체를 유발시켜 극단적인 기온 변동폭 그 자체의 원인이 되었다면, 이 블로킹 현상은 그러한 극단적인 기온이 지속되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 이상 기온으로 인한 피해를 몇 배로 불릴 수 있다. 

                                                                     

 

 • 결론

 지구 온난화로 온도 평년 편차(Temperature-Anomaly)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지역은 북극이다. 적도 지역의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북극 지역은 최소 5~6도씩 상승한다. 그만큼 북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뚜렷하게 받으면서 매년 심각한 고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인데, 이렇게 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차가 감소하게 되면 북극 진동이 음의 경향을 보이는 시기가 늘어날 것이고 그 강도도 강할 것이다. 

강력한 음의 북극진동으로 진폭이 큰 편서풍 파동이 예전보다 자주 남하할 가능성이 커졌고 갑작스러운 북극 한파가 예측 불허로 강타할 수도 있다. 즉, 편서풍 파동은 극단적인 기온의 변동폭을 발생시키며 올해 10월과 같이 갑작스러운 한파로 계절의 시계를 늦여름에서 초겨울로 역전시켜버리거나, 한겨울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북극 한파로 기상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지구온난화의 역설(Paradox of Global Warming)' 인 만큼, 기후변화 시대에는 폭염과 폭우 뿐만 아니라 기습적인 한파에도 정부 차원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 참고 문헌

• 기상청(KMA): 2025년 9월 기후 특성 보고서

•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한반도 기후감시 및 기후 통계

• Andrew E. Dessler et al. (2021). Introduction of Modern Climate Change

• Jang et al. (2025). The Remote Correlation of Climate

• World Climate Service - What is the all important of Arctic Oscillation


64460f73094d5.png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