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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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경계 평가 기준의 허점 — 온실가스 배출, 질소·인 오염보다 심각하지만 과소평가되어 왔다

앨지닥터(김덕원)
2026-03-07
조회수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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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정의하는 '지구경계(Planetary Boundaries)' 프레임워크는 2009년 처음 제안된 이래 환경 정책의 핵심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미국 태평양북서국립연구소(PNNL)와 KAIST 공동 연구에 따르면, 기존 지구경계 평가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질소·인 오염에 비해 체계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다. 원인은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측정 방식의 불일치, 즉 기후변화는 '저량(stock)'으로, 질소·인은 '유량(flow)'으로 측정한 데 있었다. 연구진이 동일한 유량 기반 방법을 적용하자, 기후변화가 질소와 인보다 지구경계를 더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저량과 유량 — 같은 욕조, 다른 질문

지구경계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저량(stock)과 유량(flow)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조에 비유하면, 욕조에 현재 차 있는 물의 양이 저량이고, 수도꼭지에서 분당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이 유량이다.

기후변화의 지구경계는 대기 중 CO₂ 농도(ppm)나 복사강제력(W/m²) 같은 저량 지표로 측정된다. 이는 수백 년간 누적된 온실가스의 총량을 반영한다. 반면, 질소와 인의 지구경계는 연간 환경에 유입되는 양, 즉 유량(톤/년)으로 측정된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을 하나의 방사형 차트 위에 나란히 놓으면, 마치 질소·인 오염이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 기존 평가에서 기후변화는 '증가하는 위험' 구간, 질소는 '고위험' 구간 

현재 대기 중 CO₂ 농도는 419ppm이다. 지구경계 평가에서 안전한 범위는 350~450ppm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기후변화는 '위험 증가 구간'에 위치한다. 반면, 질소는 매년 인류가 새롭게 환경에 쏟아붓는 양으로 평가된다. 비료 생산, 화석연료 연소, 산업 공정 등을 통해 인류가 해마다 환경에 방출하는 반응성 질소의 양은 190TgN(테라그램 질소, 1Tg = 100만 톤)에 달한다. 지구가 매년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다고 설정된 범위는 62~82TgN이므로, 질소는 허용치의 약 2.3~3.1배를 초과하며 '고위험 구간'에 놓인다. 


| 유량으로 통일하면 기후변화의 초과 정도가 질소를 넘어선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도 유량, 즉 연간 CO₂ 배출량으로 측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전 세계 연간 CO₂ 배출량은 374억 톤(37.4GtCO₂)이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려면, IPCC 6차 보고서 기준 2020년부터의 잔여 탄소예산은 4,000억~5,000억 톤(400~500GtCO₂)이며, 이를 2050년까지 30년간 분배하면 연간 허용 배출량은 약 13~17GtCO₂가 된다. 100년 단위로 계산하면 연간 4~5GtCO₂로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유량 기반 지구경계를 연간 4~17GtCO₂로 제안했다. 현재 배출량 37.4GtCO₂를 이 기준과 비교하면, 인류는 기후변화 지구경계를 약 2.2~9.4배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질소의 초과 비율(2.3~3.1배)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 비CO₂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연구진은 분석을 단순화하기 위해 CO₂에 초점을 맞췄지만,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등 비CO₂ 온실가스를 함께 고려할 경우 잔여 탄소예산이 약 25%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유량 기반 지구경계는 연간 3~13GtCO₂로 더 좁아지며, 현재 배출량과의 격차는 한층 벌어진다. 다만 비CO₂ 온실가스의 정확한 반영은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므로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두었다.


| 질소·인은 왜 저량으로 측정하기 어려운가

그렇다면 반대로 질소와 인을 저량으로 통일하는 방법은 어떨까? 연구진은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질소의 저량을 측정하려면 모든 생물체, 토양, 수계에 존재하는 반응성 질소의 총량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수십억 년간 미생물이 고정한 양까지 포함해야 한다. 인의 경우에도 토양, 담수, 해양 퇴적물에 분포하는 총량이 지역마다 극심하게 달라 의미 있는 글로벌 저량 수치를 산출하기 어렵다.

반면 유량 데이터는 질소·인·CO₂ 모두에서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세 가지 지구경계를 모두 유량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일관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결론지었다.


| 측정의 일관성이 환경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

이 연구의 핵심 시사점은 과학적 측정 방법의 선택이 환경 문제의 우선순위 인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존 지구경계 방사형 차트는 질소·인 오염이 기후변화보다 더 위급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심각한 생지화학적 경계 위반으로 드러난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이 지구 시스템 안정에 가장 긴급한 과제라는 과학계의 광범위한 인식과 일치한다.

다만, 연구진은 이 접근법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시했다. 유량 기반 경계는 시간 의존적이어서, 2050년 이후의 경계값은 탄소 제거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 기반 탄소 흡수원은 2100년 이후 포화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 경계 설정에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CO₂에 집중한 개념적 제안이므로, 메탄·아산화질소 등 비CO₂ 온실가스를 통합한 정교한 분석이 후속적으로 필요하다.

향후 지구경계 평가에서 기후변화, 질소, 인을 모두 유량 기반으로 통일한다면, 배출량 감축 목표와의 연계가 강화되고, 지구 시스템 변화를 보다 역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 참고문헌

Wolfram, P., Niazi, H., Kyle, P., & McJeon, H. (2026). Ensuring consistency between biogeochemical planetary boundaries. Nature Sustainability. https://doi.org/10.1038/s41893-026-017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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