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원] 저는 환경을 파괴하는데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앨지닥터(김덕원)
2025-01-16
조회수 578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약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셨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앞에서 나는 슬픔을 마주하기 두려워 다른 생각들로 뇌를 가득 채웠다. 천국이란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천국과 환경 활동의 관계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우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천국이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천국이 있다면 언젠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국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가 천국에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아니지만 우리 집안은 천주교 집안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성당 분들의 기도로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할아버지께서는 평소 신앙 생활을 하며 하느님께 기도하며 반성하는 삶을 살아오셨다. 하지만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내 삶의 방식이 과연 천국에 합당한가?

나는 환경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간의 대부분 활동이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누리는 편리함들이 결국 생태계의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위협이 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사용,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 소비, 자동차 운전 등 정말 내 삶에 녹아있는 이러한 사소한 행동들이 말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선진국에 사는 나는 기후 격차로 인해 후진국의 기후 난민들에게 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들을 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내 삶의 방식이 그들의 고통과 죽음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때로는 이러한 사실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무리 '친환경'이라 불리는 활동들을 실천한다 해도, 삶의 다른 부분에서 여전히 환경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육식 대신 채식으로 한 끼를 채우는 등의 노력들이 있지만, 이것이 나를 도덕적으로 우월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의 삶 자체가 어떤 형태로든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건을 실천한다 해도 농업을 위한 경작지 확대로 인한 숲의 파괴, 비료 및 농약의 사용 등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꺼려하고 기존의 무언가와과 비교했을 때 '저배출', '저오염'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까? 천주교에서 말하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생각해보았다. 천주교 신자들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죄를 고하고 반성한다. 여기서 '하느님'보다는 '반성'이라는 행위 자체가 천국으로 가는 핵심이 아닐까? 죄책감과 도덕적 우월감은 자기 자신을 옭아매고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의 변화를 멈추게 한다. 하지만 반성은 현재의 상황을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반성을 통해 조금씩 덜 해치고 덜 파괴하며 살고자 한다. 내가 대학원생이라는 바쁜 삶 속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 운영, 플로깅, 환경 교육, 기후프레스크 워크숍, ACE 포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같은 다양한 환경 활동의 삶을 사는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반성의 삶이 그리운 것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싶다. 또한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이 무력감에 빠진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 "우리의 일상은 필연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있습니다. 숨 쉬고, 먹고, 이동하고, 생활하는 모든 순간이 지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죄책감에 빠져 살아야 할까요? 어쩌면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금씩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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