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학

"자연과 생명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하여

삶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만우절

앨지닥터(김덕원)
2025-04-02
조회수 636

만우절

앨지닥터

대학생이 된 누군가는 

오래된 교복을 꺼내 입고

고등학교 앞을

조용히 지나쳤대요.


벚꽃나무 아래 불던 봄바람이

그때 그 냄새 같아서

잠깐, 시간을 거슬러 다녀온 척했대요.


짝사랑을 하던 누군가는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사람에게

불쑥 말했대요.

“사실, 너 좋아했어.”

그리고 얼른 덧붙였대요.

“농담이야. 오늘 만우절이잖아.”


상대는 웃었고, 본인도 웃었대요.

감추기 위해 꾹꾹 눌러온 아픔이

잠깐, 간질간질 살랑거렸대요.


나도 하나의 거짓말을 꺼냈어요.

지구가 깨끗해졌대요.

하늘은 더 맑고,

바다는 투명해졌고,

북극곰은 다시 얼음 위를 걷고,

도시는 나무들과 친구가 되었대요.


너무 예쁜 세상이라고

사람들은 웃었어요.

잠깐, 그런 세상이 온 거 같았대요.


그래서 모두

어제, 만우절을 빌려 소망을 빌었어요.

진심을 장난처럼 말하면

잠깐, 정말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앨지닥터 프로필

앨지닥터 인스타그램




1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