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연구

환경 오염 물질 현황 및 영향에 대한 연구 이슈를 전달합니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 결과, 김치 유산균이 나노 플라스틱을 흡착해 장 밖으로 배출시킨다

앨지닥터(김덕원)
2026-03-12
조회수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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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자연환경에서 잘게 쪼개져 지름 1μm 미만의 나노플라스틱(NP)이 된다. 이 초미세 입자는 해산물, 식수, 소금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와 장내 미생물 교란, 장벽 손상, 대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Bioresource Technology에 발표된 세계김치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Leuconostoc mesenteroides CBA3656이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나노플라스틱을 최대 91%까지 흡착했으며, 무균 쥐 실험에서 나노플라스틱의 대변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높였다. 기존 연구가 환경 조건이나 장내 조건 중 하나만 다뤘던 것과 달리, 이 연구는 두 맥락을 모두 검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나노플라스틱이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

플라스틱은 자외선, 물, 미생물 등에 의해 점점 작은 조각으로 분해된다. 이 중 지름이 1μm(마이크로미터,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분의 1) 미만인 입자를 나노플라스틱이라 부른다. 크기가 작을수록 생체 조직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위장관에 축적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나노플라스틱 제거 기술로는 흡착, 응집, 막여과 등이 있지만, 환경과 인체 모두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 생물흡착(biosorption)과 유산균의 가능성

생물흡착이란 미생물 표면에 오염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으로, 화학 처리 없이도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 면에서 유리하다. 유산균(LAB)은 프로바이오틱스로 널리 쓰이는 식용 미생물이며, 이미 벤조피렌이나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유산균이 나노플라스틱을 흡착하는지, 특히 장내 환경에서도 기능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 김치 유래 두 균주, 조건별 흡착 효율 비교

연구진은 김치에서 분리한 Leu. mesenteroides CBA3656과 Latilactobacillus sakei CBA3608의 나노플라스틱 흡착 능력을 접촉 시간, 농도, pH, 온도, 세포 생존 여부 등 다섯 가지 조건에서 비교했다. 사용된 나노플라스틱은 평균 지름 190nm의 폴리스타이렌 입자다.

CBA3656은 반응 시작 30분 만에 최대 흡착 효율(87%)에 근접한 반면, CBA3608은 60분이 걸렸다. 고농도 환경에서 차이가 더 두드러졌는데, 나노플라스틱 농도가 200ppm일 때 CBA3656의 흡착 효율은 74%를 유지한 반면 CBA3608은 11%로 급락했다. 이는 CBA3656이 고농도 오염 환경에 약 6.7배 더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반면 강산성(pH 3)과 고온(55°C) 조건에서는 CBA3608이 각각 84%, 77%로 CBA3656(69%, 65%)보다 높은 흡착률을 보였다. 연구진은 두 균주가 환경 조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열처리로 죽인 세포의 흡착 효율이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85~87%에 달하던 흡착률이 사멸 세포에서는 3~4%로 떨어졌다. 고온 멸균이 세포벽의 인산디에스터 결합을 분해해 흡착에 관여하는 표면 구조를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살아 있는 균주만이 효과적인 흡착제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 물리적 흡착이 주된 메커니즘

흡착 동역학 분석 결과, 두 균주 모두 유사 1차 반응(pseudo-first-order) 모델에 가장 잘 부합했다. 등온 흡착 모델에서는 랭뮤어(Langmuir) 모델이 최적 적합도를 보였다. 이 두 결과를 종합하면, 나노플라스틱이 세균 표면에 단일층으로 빠르게 달라붙는 물리적 흡착이 지배적 메커니즘임을 나타낸다. 화학 결합이 아닌 반데르발스 힘, 정전기적 인력, 수소 결합 같은 약한 분자 간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FT-IR(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 분석에서는 CBA3656 표면의 P=O(인산기), C=O(카르보닐기), C–O–C(다당류) 작용기가 나노플라스틱 결합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착 효율이 낮았던 Weissella cibaria CBA3612는 변화된 피크가 두 개에 불과해, 표면 작용기의 다양성이 흡착 능력과 직결됨을 보여준다.


| 장내 환경에서도 CBA3656만 57% 흡착 유지

환경 조건에서의 성능을 장내로 확장하기 위해 연구진은 담즙산을 포함한 모의 장액(SIF)에서 흡착 실험을 수행했다. CBA3656은 57%의 흡착 효율을 유지한 반면, CBA3608은 3%로 거의 기능하지 못했다. 담즙산이 세균 세포막을 손상시켜 흡착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CBA3656은 이 조건에서도 상당한 저항성을 보인 것이다.

더 나아가 같은 종(Leu. mesenteroides)의 7개 균주를 비교한 결과, CBA3656만이 모의 장액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흡착률을 나타냈다. 이는 나노플라스틱 흡착 능력이 종(species) 수준이 아니라 균주(strain) 수준의 특성임을 시사한다. 유전체 비교 분석에서 CBA3656은 세포벽 합성 핵심 효소인 MurA와 MurF에서 각각 한 개의 아미노산 치환(알라닌→세린)을 갖고 있었으며, 이 변이가 세포벽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 무균 쥐 실험에서 대변 배출량 유의미하게 증가

최종 검증 단계로 무균(germ-free) 쥐 16마리를 대상으로 생체 내 실험이 수행됐다. 처리군에 CBA3656을 경구 투여한 뒤 나노플라스틱을 투입한 결과, 수컷 쥐의 대변 내 나노플라스틱 배출량은 대조군 대비 유의미하게 높았다(p=0.0034). 암컷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p=0.0229). 두 그룹에 동일한 양의 나노플라스틱을 투여했으므로, 배출량 증가는 CBA3656이 장내에서 나노플라스틱을 흡착해 체내 흡수를 줄이고 대변으로의 배출을 촉진했음을 의미한다.

전자현미경(TEM) 관찰에서 나노플라스틱은 세균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표면에만 부착돼 있었다. 이는 세균 자체의 대사 부담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된다. 또한 전체 유전체 분석에서 CBA3656에는 독성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아 인체 적용 시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 의의와 한계

이 연구는 식품 유래 유산균이 환경과 장내 모두에서 나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흡착·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다. CBA3656은 미국 FDA의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 기준과 유럽 EFSA의 QPS(적격 안전 추정) 목록에 포함된 종에 속해, 프로바이오틱스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연구진은 몇 가지 한계를 명시했다. 무균 쥐 모델은 장내 미생물이 없는 통제된 환경이므로, 실제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하는 조건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장기 노출 시 나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분포 양상, 성별에 따른 독성학적 차이, 그리고 나노플라스틱 배출 증가가 실제로 조직 축적 감소나 염증 억제 같은 건강상 이점으로 이어지는지도 추가 연구가 요구된다. 환경 적용 측면에서는 실험실 조건과 자연 생태계의 복잡성 차이를 고려한 현장 규모 검증이 남아 있다.


| 참고문헌

Lee, J., Lee, M. J., Jung, M.-J., Kim, Y. B., Kim, Y., Yun, J. U., Nam, S., Oh, Y. J., Whon, T. W., & Lee, S. H. (2026). Efficient biosorption of nanoplastics by food-derived lactic acid bacterium. Bioresource Technology, 447, 1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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