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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포항 지진, 지열발전소로부터 유발된 '인위적 지진'

앨지닥터(김덕원)
2025-11-19
조회수 1005

|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열발전소 유발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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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인위적 지진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지진은 1905년 한국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지진으로, 90명이 부상을 당했고 재산 피해액은 약 520억 원(5,2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연구는 포항 지진이 전 세계 지열발전소에서 발생한 인위적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임을 입증했다.


| 지열발전소란 무엇인가?

지열발전은 땅속 깊은 곳의 뜨거운 암석층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포항에 설치된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인공 지열발전) 방식은 자연적으로 물이 순환하기 어려운 암석층에 인위적으로 물을 주입하여 열을 얻는 기술이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하 깊은 곳까지 시추정(우물)을 뚫고, 고압의 물을 주입하여 암석에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이 균열을 통해 물이 흐르면서 뜨거운 암석의 열을 흡수하고, 뜨거워진 물을 다시 끌어올려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1.2MW의 전력 생산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입된 고압의 물이 지하 단층의 압력을 변화시켜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응력이 쌓여 있는 단층에 직접 물이 주입되면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 포항 지열발전소의 시추와 유체 주입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2년 9월부터 시추를 시작하여 2015년 11월에 완공했다. 두 개의 우물은 약 4.3km 깊이까지 뚫렸는데, 하나는 물을 주입하는 수직 우물(PX2)이고, 다른 하나는 뜨거워진 물을 끌어올리는 경사 우물(PX1)이다. 두 우물은 지표면에서는 불과 6m 떨어져 있지만, PX1이 중간에 비스듬하게 꺾여 내려가기 때문에 깊은 곳에서는 북서쪽으로 600m 떨어져 있다.

이후 수압 자극 작업을 통해 암석에 균열을 만들어 물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수압 자극 작업은 2016년 1월 29일부터 시작되어 총 12,800m³의 유체가 1.00-46.83L/s의 주입률로 주입되었다. 첫 번째 주입은 2016년 1월 29일부터 2월 20일까지 PX2에서 이루어졌으며, 이후 정상 운영 전 준비 단계에서 PX1과 PX2에 번갈아가며 유체를 주입했고, 마지막에는 두 우물 모두에 주입했다. 각 주입 시기마다 주입 시작 며칠 후부터 강한 지진 활동이 동반되었으며, 유체 주입이 종료되면 미소지진 활동은 급격히 감소했다. 유도 지진의 규모는 주입된 순 유체량이 증가함에 따라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 2017년 포항 지진의 발생과 특성

1978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 지열발전소 부지로부터 10km 이내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기록되지 않았으며, 2006년부터 2015년 사이에 규모 1.2-1.9의 지진 6회만 감지되었다. 연구진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7년 11월 14일까지 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추 완료 전에는 지열발전소 부지에서 눈에 띄는 지진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시추 완료 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 4회를 포함하여 총 148회의 지진이 감지되었다. 2017년 4월 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포항 지진 이전에 지열발전소 인근에서 발생한 사람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가장 큰 지진이었다.

규모 5.4의 본진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열발전소 부지에서 발생했으며, 전진과 여진이 동반되었다. 모든 지진은 본진 진앙으로부터 0.6-2.5km 떨어진 지역 지진 관측망에 잘 기록되었다. 연구진은 6개의 전진(규모 2.6 이하), 본진, 그리고 본진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발생한 210개의 여진의 공간 분포를 분석했다. 처음 두 전진은 본진보다 약 9시간 전에 발생했으며, 나머지 4개는 본진보다 6-7분 전에 발생했다.

대부분의 진원 깊이는 4-6km 범위에 있었으며, 본진의 깊이는 약 4.5km였다. 주목할 점은 전진과 본진의 진원이 PX1 주입정 바닥 바로 인근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포항 지진의 진원 깊이는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보다 얕았는데, 한반도의 지진들은 대체로 10-20km 깊이에서 발생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계기 관측된 가장 큰 지진인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의 진원 깊이는 약 14km였다.


| 단층 구조와 파열 메커니즘

연구진은 본진과 여진이 발생한 위치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지진들이 두 개의 단층 구역에서 발생했으며, 이 단층들은 북동 방향으로 뻗어 있고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형태임을 확인했다. 여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넓은 범위로 퍼져나갔는데, 이는 단층이 순차적으로 파열되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본진과 그 직전에 발생한 전진들의 진원(지진이 시작된 지점)이 모두 주입정 PX1의 깊은 곳, 즉 약 4.5km 지하의 주입정 바닥 바로 근처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이 지하 단층으로 직접 들어갔고, 그 결과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또한 이 단층의 방향과 움직임 방식은 한반도 남동부에 존재하는 다른 단층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 포항 지진이 인위적 지진인 증거들

지진 활동과 유체 주입 간의 시간적 관계, 진원과 지열발전소 부지 간의 공간적 관계, 그리고 지열발전소가 설립되기 전 해당 지역에서 지진 활동이 없었다는 점은 모두 포항 지진이 유도된 것임을 시사한다. 더욱이 유체 주입에 대한 지진 활동의 즉각적인 반응과 전진 및 본진의 위치가 주입정 바닥에 있다는 것은 유체가 단층대로 직접 주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진원의 공간 분포와 단층면해로부터 추정된 단층면은 북동 방향으로 주향하고 북서쪽으로 경사져 있으며, 이는 한반도 남동부의 제4기 역단층과 유사하다. 실제로 지열발전소 부지의 자기지전류 탐사에서 북동 방향으로 주향하고 북서쪽으로 경사진 단층대일 수 있는 저비저항 특성이 감지되었다. 지하 단층을 따른 역방향 미끄러짐은 현재 응력장과 일치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포항 지진이 "거의 확실히 유도된(almost certainly induced)" 것임을 나타낸다.


| 기존 이론과의 불일치: 소량의 유체로 큰 규모 지진 유발

McGarr의 최대 규모와 총 주입 유체량 간의 관계식을 사용하면, 규모 5.4의 지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약 4.7×10⁶ m³의 주입 유체가 필요한데, 이는 포항 지열발전소 부지에 주입된 유체량의 810배 이상이다.

단층 내부는 균일하지 않고, 물이 잘 통과하는 부분과 점토처럼 물을 막는 부분이 섞여 있다. 이 때문에 주입된 물이 특정 구역에 갇히면서 국지적으로 압력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소량의 물만 주입해도 그 구역의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는 유체가 임계 응력 상태에 가까운 단층에 직접 주입되면 현재 이론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인간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이전까지 지열발전소에서 발생한 유도 지진의 규모는 비교적 작았다. 보고된 가장 큰 규모는 스위스 바젤에서의 3.4였다. 그러나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전 세계 모든 지열발전소 부지에서 알려진 가장 큰 인위적 지진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규모 5.4의 지진을 유발하려면 포항에서 주입한 양의 810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은 양으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단층 내부는 물이 잘 흐르는 곳과 막히는 곳이 뒤섞여 있어, 주입된 물이 막힌 구역에 갇히면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소량의 물만으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은 인간의 개입이 지구의 지질학적 시스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후변화처럼 지진 또한 인간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적은 규모의 개입으로도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 참고문헌

Kim, K. H., Ree, J. H., Kim, Y., Kim, S., Kang, S. Y., & Seo, W. (2018). Assessing whether the 2017 Mw 5.4 Pohang earthquake in South Korea was an induced event. Science, 360(6392), 100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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