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종의 새를 빠르게 식별하는 탐조 전문가의 뇌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된 캐나다 베이크레스트 연구소(Rotman Research Institute)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조류 식별 전문가들의 대뇌 피질은 구조적으로 더 치밀하고, 기능적으로도 더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노화에 따른 뇌 퇴행을 완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기존 연구들이 구조 또는 기능 중 한 가지 측면만 다뤘던 것과 달리, 이 연구는 두 가지를 동시에 측정해 전문성이 뇌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통합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에 해당한다.
|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런던 택시 운전사의 해마가 일반인보다 크다는 연구나, 전문 음악가의 청각 피질이 더 두껍다는 발견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연구는 이 원리를 '개념적 전문성', 즉 수백 종의 새를 구별하는 인지적 기술에 적용했다.
연구진은 뇌 조직의 미세구조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확산 MRI(dMRI)에서 얻는 평균확산도(MD, Mean Diffusivity)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MD가 낮다는 것은 세포 외 공간이 줄고 조직이 더 복잡해졌음을 뜻한다. 쉽게 말해, 물 분자가 뇌 조직 안에서 자유롭게 퍼져나가기 어려울수록 그 부위의 신경 구조가 더 촘촘하게 발달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전문가 29명과 초보자 29명, 뇌를 비교하다
연구진은 24~75세의 숙련 탐조 전문가 29명과 22~79세의 연령·학력이 유사한 초보자 29명을 모집했다. 전문가들은 온타리오 조류학회 등에서 모집됐으며, 사전 선별 테스트에서 지역 새 이름 맞히기 정확도가 99.67%에 달했다. 초보자의 정확도는 37.32%로, 3지선다의 우연 수준인 33.3%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의 새 식별 능력이 초보자의 약 2.7배에 이른 셈이다.
참가자들은 MRI 안에서 '지연 대응 과제'를 수행했다. 새 사진을 본 뒤 10.5초의 지연 시간을 거치고, 네 장의 사진 중 같은 종을 골라내는 과제다. 자극에는 동부 북미에 서식하는 '지역 종'과 유라시아·아프리카 등의 '비지역 종'이 포함되어, 친숙도에 따른 뇌 반응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설계됐다.
| 전문가의 뇌, 전두·두정·후두엽에서 구조적으로 더 치밀하다
확산 MRI 분석 결과, 전문가들은 초보자에 비해 새를 식별하는 데 직접 관여하는 뇌 영역들에서 선택적으로 MD가 낮았다. 주의와 눈 움직임을 제어하는 전두엽(상전두회)과 두정엽(두정내고랑), 공간 정보를 통합하는 쐐기앞소엽과 각이랑, 시각적 세부 특징을 처리하는 후두엽(방추이랑, 측두후두 피질)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뇌 회백질 전체의 평균 MD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변화는 뇌 전반이 아니라 탐조에 필요한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에 집중된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구조적 변화와 실제 수행 능력 사이의 연결이다. 전문가 집단 내에서 전문성 관련 영역들의 MD가 낮을수록 과제 정확도가 높았다(편상관 r = −0.435, p = 0.023, 나이와 전체 회백질 MD를 통제한 뒤에도 유의). 하지만, 회백질 전체의 평균 MD는 과제 수행과 상관이 없었다. 다시 말해, 뇌 조직이 전반적으로 치밀한 사람이 잘한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관련된 특정 영역의 조직 밀도가 높은 전문가일수록 식별 능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초보자에게는 어느 쪽에서도 이런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 같은 영역이 낯선 새를 볼 때 선택적으로 더 활성화된다
구조적으로 변화한 바로 그 영역들은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다르게 작동했다. 전문가들은 익숙한 종을 볼 때보다 낯선 종을 처리할 때,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FC), 시공간 주의를 조절하는 두정내고랑(IPS), 시각 대상의 세부 특징을 처리하는 우측 측두후두 피질(OTC)에서 더 강한 활성을 보였다. 초보자에게는 이러한 조건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전문가의 뇌는 기존 지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낯선 자극을 만났을 때 주의와 지각 네트워크를 추가 동원하는 '맞춤형 전략'을 쓰고 있었다.
한편 뇌가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발해지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에 속하는 쐐기앞소엽(precuneus)과 각이랑(angular gyrus)에서는 반대 패턴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낯선 종을 볼 때 이 영역이 더 강하게 비활성화되었는데, 이는 과제가 어려울수록 뇌가 내부 사고 모드를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외부 자극 처리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것을 뜻한다.
| 전문성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회백질의 MD는 일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는 조직의 미세구조적 퇴행을 반영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회백질의 MD는 전문가와 초보자 모두에서 나이에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성과 관련된 특정 영역에 한해서는, 전문가의 나이에 따른 MD 증가가 초보자보다 완만한 추세를 보였다(상호작용 p = 0.063). 통계적으로 유의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오랜 기간 축적된 전문 지식이 해당 영역의 노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결과다.
| 전문성이 뇌에 남기는 '일관된 각인'
이 연구의 핵심 의의는 구조와 기능이라는 두 차원의 신경가소성이 동일한 뇌 영역에서 수렴한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 전문가의 전두두정 및 후두 피질은 조직이 더 치밀하고, 과제 수행 시 더 정교하게 활성화되며, 이 두 가지 변화 모두 실제 식별 정확도와 상관을 보였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숙련이 지각, 주의, 작업기억을 아우르는 넓은 피질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몇 가지 한계를 밝히고 있다. 횡단 연구 설계이므로 전문성이 뇌 변화를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반대로 특정 뇌 구조를 가진 사람이 전문가가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나이와 MD의 상호작용은 추세 수준(p = 0.063)에 그쳐, 전문성의 노화 완충 효과를 확증하려면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다른 전문 기술 영역에서도 동일한 다중모달 접근법을 적용하면, 성인 뇌의 경험 의존적 재편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Wing, E. A., Chad, J. A., Mariotti, G., Ryan, J. D., & Gilboa, A. (2026). The tuned cortex: Convergent expertise-related structural and functional remodeling across the adult lifespan. The Journal of Neuroscience. https://doi.org/10.1523/JNEUROSCI.1307-25.2026

|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런던 택시 운전사의 해마가 일반인보다 크다는 연구나, 전문 음악가의 청각 피질이 더 두껍다는 발견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연구는 이 원리를 '개념적 전문성', 즉 수백 종의 새를 구별하는 인지적 기술에 적용했다.
연구진은 뇌 조직의 미세구조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확산 MRI(dMRI)에서 얻는 평균확산도(MD, Mean Diffusivity)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MD가 낮다는 것은 세포 외 공간이 줄고 조직이 더 복잡해졌음을 뜻한다. 쉽게 말해, 물 분자가 뇌 조직 안에서 자유롭게 퍼져나가기 어려울수록 그 부위의 신경 구조가 더 촘촘하게 발달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전문가 29명과 초보자 29명, 뇌를 비교하다
연구진은 24~75세의 숙련 탐조 전문가 29명과 22~79세의 연령·학력이 유사한 초보자 29명을 모집했다. 전문가들은 온타리오 조류학회 등에서 모집됐으며, 사전 선별 테스트에서 지역 새 이름 맞히기 정확도가 99.67%에 달했다. 초보자의 정확도는 37.32%로, 3지선다의 우연 수준인 33.3%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의 새 식별 능력이 초보자의 약 2.7배에 이른 셈이다.
참가자들은 MRI 안에서 '지연 대응 과제'를 수행했다. 새 사진을 본 뒤 10.5초의 지연 시간을 거치고, 네 장의 사진 중 같은 종을 골라내는 과제다. 자극에는 동부 북미에 서식하는 '지역 종'과 유라시아·아프리카 등의 '비지역 종'이 포함되어, 친숙도에 따른 뇌 반응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설계됐다.
| 전문가의 뇌, 전두·두정·후두엽에서 구조적으로 더 치밀하다
확산 MRI 분석 결과, 전문가들은 초보자에 비해 새를 식별하는 데 직접 관여하는 뇌 영역들에서 선택적으로 MD가 낮았다. 주의와 눈 움직임을 제어하는 전두엽(상전두회)과 두정엽(두정내고랑), 공간 정보를 통합하는 쐐기앞소엽과 각이랑, 시각적 세부 특징을 처리하는 후두엽(방추이랑, 측두후두 피질)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뇌 회백질 전체의 평균 MD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변화는 뇌 전반이 아니라 탐조에 필요한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에 집중된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구조적 변화와 실제 수행 능력 사이의 연결이다. 전문가 집단 내에서 전문성 관련 영역들의 MD가 낮을수록 과제 정확도가 높았다(편상관 r = −0.435, p = 0.023, 나이와 전체 회백질 MD를 통제한 뒤에도 유의). 하지만, 회백질 전체의 평균 MD는 과제 수행과 상관이 없었다. 다시 말해, 뇌 조직이 전반적으로 치밀한 사람이 잘한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관련된 특정 영역의 조직 밀도가 높은 전문가일수록 식별 능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초보자에게는 어느 쪽에서도 이런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 같은 영역이 낯선 새를 볼 때 선택적으로 더 활성화된다
구조적으로 변화한 바로 그 영역들은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다르게 작동했다. 전문가들은 익숙한 종을 볼 때보다 낯선 종을 처리할 때,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FC), 시공간 주의를 조절하는 두정내고랑(IPS), 시각 대상의 세부 특징을 처리하는 우측 측두후두 피질(OTC)에서 더 강한 활성을 보였다. 초보자에게는 이러한 조건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전문가의 뇌는 기존 지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낯선 자극을 만났을 때 주의와 지각 네트워크를 추가 동원하는 '맞춤형 전략'을 쓰고 있었다.
한편 뇌가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발해지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에 속하는 쐐기앞소엽(precuneus)과 각이랑(angular gyrus)에서는 반대 패턴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낯선 종을 볼 때 이 영역이 더 강하게 비활성화되었는데, 이는 과제가 어려울수록 뇌가 내부 사고 모드를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외부 자극 처리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것을 뜻한다.
| 전문성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회백질의 MD는 일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는 조직의 미세구조적 퇴행을 반영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회백질의 MD는 전문가와 초보자 모두에서 나이에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성과 관련된 특정 영역에 한해서는, 전문가의 나이에 따른 MD 증가가 초보자보다 완만한 추세를 보였다(상호작용 p = 0.063). 통계적으로 유의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오랜 기간 축적된 전문 지식이 해당 영역의 노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결과다.
| 전문성이 뇌에 남기는 '일관된 각인'
이 연구의 핵심 의의는 구조와 기능이라는 두 차원의 신경가소성이 동일한 뇌 영역에서 수렴한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 전문가의 전두두정 및 후두 피질은 조직이 더 치밀하고, 과제 수행 시 더 정교하게 활성화되며, 이 두 가지 변화 모두 실제 식별 정확도와 상관을 보였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숙련이 지각, 주의, 작업기억을 아우르는 넓은 피질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몇 가지 한계를 밝히고 있다. 횡단 연구 설계이므로 전문성이 뇌 변화를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반대로 특정 뇌 구조를 가진 사람이 전문가가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나이와 MD의 상호작용은 추세 수준(p = 0.063)에 그쳐, 전문성의 노화 완충 효과를 확증하려면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다른 전문 기술 영역에서도 동일한 다중모달 접근법을 적용하면, 성인 뇌의 경험 의존적 재편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Wing, E. A., Chad, J. A., Mariotti, G., Ryan, J. D., & Gilboa, A. (2026). The tuned cortex: Convergent expertise-related structural and functional remodeling across the adult lifespan. The Journal of Neuroscience. https://doi.org/10.1523/JNEUROSCI.1307-25.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