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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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보다 플로깅이 뇌를 더 많이 쓰는 이유 — fMRI로 본 플로깅의 신경과학

앨지닥터(김덕원)
2026-04-06
조회수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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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plogging, 조깅하며 쓰레기 줍기)이 단순한 달리기보다 훨씬 광범위한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룩셈부르크대학교·UCLouvain·겐트대학교 등 다국적 연구팀이 Human Brain Mapping에 발표한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플로깅을 상상하는 동안에는 전두엽·두정엽·운동 영역·변연계·소뇌에 이르는 광대한 네트워크가 동시에 깨어나며, 뇌섬엽(insular cortex)이 이 복잡한 신경 회로를 조율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이 연구는 환경 친화적 운동 습관이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탐색한 신경과학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플로깅이란 무엇인가

플로깅은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 줍다)'과 '조깅'을 합성한 신조어로, 달리는 동시에 길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 스포츠다. 동작 면에서는 단순 달리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쓰레기를 시각적으로 탐지하고,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려가고, 한 다리를 구부려 쓰레기를 집어 들고, 손에 든 소형 봉투에 넣은 뒤 다시 달리기를 재개해야 한다. 이 일련의 동작은 공간 판단, 운동 계획, 균형 조정을 동시에 요구한다.

플로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2021년에는 이탈리아 발 펠리체에서 제1회 세계 플로깅 챔피언십이 개최됐다. 선행 연구들은 플로깅이 친환경 인식과 친사회적 유대감을 높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 연구 설계 — fMRI 스캐너 안의 달리기 코스

연구팀은 18~26세 대학생 103명(여성 62명)을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스캐너 안에 눕혀, 실제 달리기 대회 코스인 '루뱅라뇌브 10마일' 경로를 찍은 사진을 약 12분간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달리기 블록'에서는 사진 속 길을 달리는 자신을 상상했고, '플로깅 블록'에서는 사진 속 쓰레기를 향해 달려가 줍고 봉투에 담은 뒤 계속 달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두 조건의 시각 자극은 쓰레기 유무를 제외하면 동일했다.

실험 후에는 달리기 습관·즐거움·의지력·중요도를 묻는 '달리기 참여도 지수'와 각 조건의 '심상 품질 자기 평점'을 별도로 수집했다. 심상 품질이란 1인칭 행동 시뮬레이션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를 나타낸다.  뇌 영상은 단변량(univariate) 및 다변량(multivariate) 분석을 병행해 처리했다.


| 플로깅 상상은 달리기 상상보다 뇌를 훨씬 많이 쓴다

뇌 영상 분석의 첫 번째 결과는 활성화 범위의 차이였다. 플로깅 조건에서는 달리기 조건보다 약 69,000개 복셀(뇌 영상의 최소 단위)에 달하는 광대한 클러스터가 추가로 활성화됐다. 이는 뇌 영상 연구에서 보기 드문 규모다. 주요 활성화 부위는 전두엽·두정엽·운동피질·뇌섬엽·편도체·시상·소뇌 등 뇌 전반에 걸쳐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쓰레기를 탐지하고, 방향을 전환하고, 몸을 구부리는 복합 동작 시뮬레이션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반대로 달리기 조건에서만 두드러진 영역도 있었다. 해마곁이랑(parahippocampal gyrus), 설전부(precuneus), 후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각이랑(angular gyrus) 등이 활성화됐는데, 이 부위들은 공간적 맥락을 구성하는 '맥락 연합 네트워크'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플로깅보다 단순한 달리기 동작이 오히려 지형 기억, 시공간 판단, 심상의 생동감 등 행동 시뮬레이션의 핵심 과정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 결과로 해석했다.


| 달리기를 즐길수록 플로깅 상상에 필요한 인지 자원이 줄어든다

달리기 참여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플로깅 조건에서 후대상피질 반응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후대상피질은 주의 집중과 내적 인지 자원 배분에 관여하는 부위다. 이 결과는 달리기 경험이 많을수록 플로깅을 상상할 때 주의 자원을 덜 동원해도 된다는 것, 즉 인지적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뇌가 적응함을 시사한다. 운동 숙련자일수록 익숙한 동작을 심상할 때 관련 뇌 영역의 활성화가 감소한다는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패턴이다.

달리기를 얼마나 생생하게 상상했는지 스스로 평정한 점수가 높을수록 달리기 조건에서 내측 전두이랑과 전대상피질이 더 활성화된 반면, 플로깅 조건에서는 기억 기반 공간 처리에 관여하는 해마의 반응이 오히려 낮아졌다. 연구팀은 달리기를 생생하게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플로깅처럼 낯선 동작을 상상할 때 과거 기억을 끌어와 재구성하는 방식 대신 더 직접적인 운동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는 논문에서도 추론 수준으로 제시된 것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 뇌섬엽 — 복잡한 행동 시뮬레이션의 조율자

세 번째 핵심 발견은 뇌섬엽(insular cortex)의 기능적 연결성 패턴이었다. 플로깅 조건에서는 달리기 조건에 비해 뇌섬엽과 다른 뇌 영역 사이의 양성(positive) 및 음성(negative) 기능적 연결이 모두 강해졌다.

뇌섬엽은 신체 내부 상태를 감지하는 '내수용감각(interoception)'과 현저한 자극에 반응하는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의 핵심 허브다. 쉽게 말하면, 신체 안팎에서 오는 중요한 신호를 걸러내고 그에 맞는 행동 반응을 조율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뇌섬엽이 후두극·후대상피질·상측두이랑과 양성 연결을 맺고(시각 처리, 주의 조절, 행동 표상 관여), 전운동영역인 전두피질과는 음성 연결을 보였다. 우측 뇌섬엽은 추가로 하측두이랑과도 음성으로 연결됐는데, 이 영역은 물체·장소·색깔의 내부 표상에 관여하는 곳이다. 이 양방향 연결 패턴은 플로깅처럼 복잡한 1인칭 행동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행동 상상에서 뇌섬엽이 능동적인 조율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 의의·시사점·한계

이 연구는 환경 친화적 운동인 플로깅이 단순한 건강 행동을 넘어, 뇌의 복잡한 시물레이션 시스템을 더 광범위하게 동원한다는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특히 환경 행동과 신체 운동을 결합한 플로깅이 친환경 의식 향상에 기여한다는 기존 행동 연구들에 뇌 기제 측면의 설명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몇 가지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참가자가 18~26세 대학생으로 한정되어 있어 결과를 다른 연령대나 집단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실제 플로깅 경험이 있는 참가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실제 경험이 뇌 반응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이 연구에서 알 수 없다. 시각 자극으로 동영상이 아닌 사진을 사용해 현실감이 다소 제한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플로깅 전 실제 경험 세션을 추가하고, 실제 자연 환경에서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fNIRS(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 활용을 제안했다.


| 참고문헌

Philips, R., Baeken, C., Billieux, J., Harris, J. M., Maurage, P., Muela, I., Öz, İ. T., Pabst, A., Sescousse, G., Vögele, C., & Brevers, D. (2024). Brain mechanisms discriminating enactive mental simulations of running and plogging. Human Brain Mapping, 45(12), e26807. https://doi.org/10.1002/hbm.26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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