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기술 연구

자원 재활용, 저에너지 소비 및 저탄소 배출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술을 소개합니다.

숲을 베는 순간, 탄소 이자가 쌓인다: 목재 수확을 위한 벌채의 온실가스 배출

앨지닥터(김덕원)
2025-10-21
조회수 882

9bafb649007dd.jpeg

| 목재 수확의 숨겨진 탄소 비용: 연간 3.5~4.2Gt CO₂ 배출 

벌채로 인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농사를 짓기 위해 숲을 농경지로 바꾸는 것이고, 둘째는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농경지 확대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만을 신경써왔다. 하지만 2023년도 Natur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50년까지 전 세계 목재 수확으로 인하여 연간 3.5~4.2Gt(기가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농업 확장으로 인한 연간 배출량(3~4Gt CO₂e)과 맞먹는 수준으로, 목재 수확에 의한 기후 영향이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 나무를 베어도 탄소 배출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좋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베어낸 후에도 다시 자라기 때문에 '탄소 중립'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또한 "나무를 베어 만든 가구나 집은 오래 쓰니까 오히려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부 국가의 생애주기 분석(LCA)이나 탄소 회계 기준에서는 목재 수확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면 탄소 배출이 '0'이거나, 오히려 탄소 저장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국가별 온실가스 보고 방식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100년 전에 벌목했던 숲이 다시 자라고 있다면, 그 나라는 "우리 숲이 탄소를 흡수하고 있다"고 보고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 나무를 베어도 전체적으로는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 기존 계산 방식이 놓친 것

하지만 연구진은 이런 주장이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계산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비교 대상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벌목했던 숲이 다시 자라는 것을 가지고 탄소 배출을 상쇄한다고 계산한다. 이는 마치 "일주일 후에 내가 쓰레기를 주울 것이니, 오늘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심지어 어린 나무는 빠르게 자라더라도 크기가 작아서 큰 나무 한 그루가 저장하던 탄소량을 따라잡으려면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몇 십 년 후에 쓰레기를 줍는다고 말하면서 계속 버리는 셈이다.

올바른 비교는 나무를 베지 않았을 때(큰 나무들이 계속 자라며 탄소 저장량 증가)와 나무를 베었을 때(즉시 탄소 손실 발생 + 회복에 수십 년 소요)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바로 목재 수확의 진짜 탄소 비용이다.

연구진은 이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탄소수확모델(CHARM)'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나무를 벌채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탄소가 살아있는 식생, 뿌리, 벌채 잔재물, 다양한 목재 제품, 매립지 등 여러 '저장소' 사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한다. 예를 들어 나무를 베면 벌채 당시에 뿌리와 가지 등이 토양에 남아 썩으면서 탄소를 배출한다. 베어진 나무로 만든 종이는 금방 버려지고 태워지며, 가구나 건축 자재로 쓰인 나무도 결국 수명이 다하면 매립지로 가거나 소각되면서 탄소를 내놓는다. 물론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다시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기도 하지만, 원래 있던 나무만큼 탄소를 저장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는 것이 이 모델의 핵심 발견이다.


| 시간 할인: 지금 줄이는 탄소가 나중보다 더 중요하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간 할인(time discounting)'이라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당장 탄소를 줄이는 것이 나중에 줄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올해 배출되는 1톤의 탄소는 내년 배출되는 1톤보다 4% 더 높은 가치(또는 비용)를 갖는다고 계산한다. 

| 시간 할인이 왜 필요할까?

2025년에 나무를 베었다면, 그 나무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나간다. 그 자리에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면서 2045년쯤에는 탄소를 어느 정도 다시 흡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20년 후에 탄소를 회수하니까 문제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이 20년이 매우 중요하다. 파리협정과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구 온도가 위험 수준을 넘기 전에 당장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20년이나 30년 후에 회수되는 탄소는 그 긴급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시간 할인을 어떻게 계산할까? 

미국의 어느 숲을 베어서 빨리 자라는 소나무 농장으로 바꾼다고 가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 벌채 직후(2025년): 숲에 있던 탄소가 대기로 나간다.
  • 처음 몇 년(2025-2030년): 베어진 나무의 뿌리가 썩고, 만든 종이가 버려지면서 탄소가 계속 배출된다.
  • 10-30년 후(2035-2055년): 새로 심은 소나무가 빨리 자라면서 탄소를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가구나 건축자재로 쓰인 목재가 수명이 다해 버려지면서 탄소가 계속 배출되고 있다. 즉, 흡수와 배출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흡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기다.
  • 30-40년 후(2055-2065년): 새로 자란 나무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탄소 흡수도 줄어든다.

단순 계산: 40년 후인 2065년 시점에서 보면, 원래 숲보다 탄소가 헥타르당 12톤 부족하다.

시간 할인 계산: 하지만 "올해 배출이 미래 흡수보다 중요하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실제 탄소 비용은 헥타르당 17.3톤으로 더 높게 나온다.

왜 더 높을까? 2025년에 배출된 탄소가 2045년에 흡수되는 탄소보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마치 오늘 빌린 돈에 이자가 붙는 것처럼, 오늘 배출한 탄소는 '탄소 이자'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2050년까지 목재 사용이 절반 이상 늘어난다

연구진은 먼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게 될지 예측했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목재 사용량은 2010년 37억㎥에서 2050년 57억㎥로 54%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이와 판지 사용은 128%나 늘어날 전망이다. 건축과 가구에 쓰이는 목재는 69%, 요리나 난방에 쓰는 땔감은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목재 제품을 만들다가 나오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태우는 것도 91% 늘어날 것이다.


| 7가지 시나리오로 계산한 탄소 비용 

연구진은 앞으로 나무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따라 7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탄소 비용을 계산했다. 4% 시간 할인율을 40년간 적용한 결과,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든 연간 탄소 비용은 3.5~4.2Gt 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수준으로만 목재를 사용해도 이미 연간 3.2Gt의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용 목재(건축, 가구, 종이)와 에너지용 목재(땔감)이 각각 절반씩 책임이 있었다.
연구진은 탄소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제시했다. 땔감 사용을 205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거나,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어 플랜테이션의 생산성을 25% 높이면 탄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목재가 콘크리트나 철강을 대체하면 그 제품들을 만들 때 나오는 화석연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체 효과'를 다 합쳐도 감소량은 연간 0.8~0.9Gt 정도에 불과했다.
토지 이용 측면에서는 2010 ~ 2050년 동안 약 7억 6천만8억 6천만 헥타르의 숲이 베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남한 면적의 약 7,600~8,600배에 해당한다.


| 목재가 다른 제품을 대체한다면?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면 콘크리트나 철강을 대체할 수 있어 화석연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대체 효과'를 계산했을 때 연간 0.8~0.9Gt CO₂e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전통적인 목재 연료가 프로판 가스를 대체하는 효과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효과를 모두 고려해도 순 탄소 비용은 연간 2.7~3.2Gt CO₂e에 달한다. 즉, 목재 사용이 다른 재료보다 배출이 적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탄소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마치 작은 차가 큰 차보다 배출이 적지만 여전히 배출을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 기후변화를 막을 새로운 방법

이번 연구 결과는 어떻게 보면 좋은 소식이다. 연구팀은 "목재 수확 감축은 기후 전략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완화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목재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숲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목재 벌채를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간과되어 온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목재 사용을 무조건 줄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고, 빨리 자라는 나무로 플랜테이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숲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목재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숲을 더 오래 그대로 두면 그만큼 기후변화를 늦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 참고문헌

Peng, L., Searchinger, T. D., Zionts, J., & Waite, R. (2023). The carbon costs of global wood harvests. Nature, 620(7973), 110-115.


67f465cd71d9d.jpg

2 0